임영택 축제감독/공간조명연출가/한지조명연구가/재미있는 등(燈)이야기 그림토리 예술감독

자연이 빌려준 아름다운 한지에 붓과 물감으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그리다
“우린 축제를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더라도, 예산이 적더라도, 주최 측의 말도 안 되는 제안에도, 이 축제를 즐길 시민들만 보면서 우린 좀 더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축제장은 행복을 파는 곳이 아니라 주민이 행복을 사시는 곳입니다. 관광객이 아닌 주민으로 관점을 바꾸어낸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Q1. 안녕하십니까, 임영택 감독님. 임인년(壬寅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희 독자들께 2022년 새해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벤트가이드 구독자 여러분, ‘재미있는 등(燈)이야기, 그림토리’에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임영택입니다. 임인년(壬寅年)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축제 관련 종사자분들도 어느 해보다 ‘단단하고, 당당하고, 담담하게’ 나아가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Q2. 현재 재미있는 등(燈)이야기 그림토리에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주요활동과 더불어 감독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2002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행사 기획팀장으로 이벤트를 시작해 2007년에 제88회 전국체전(광주) 개·폐회식 연출 감독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체험 홍보관 총감독을 마치고 2011 서울등축제에서 우연히 한지 등(燈)의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 후로 한지 등(燈)을 배우게 되었고요. 축제 감독 일을 하면서 ‘한지조명연구가‘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축제 감독보다 한지조명연구가로 더 많은 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해외 작품 중에는 2016 영국 토털리 템즈라는 축제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의 제작 감독을 했고요. 템스강에 한 달 동안 우리의 한지등(燈)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의미가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2020년에는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더베이 중추절 등(燈)축제에 초청받아 ‘왕가의 산책’이라는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작년에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제관의 초청작가로 참여해 ‘쿤타치’연을 전시했고요. 그 외에도 2021원주한지문화제에서 ‘상상의 바다’를, 2020년에는 제1회 국립극장 70주년 기념 빛 축제 ‘빛의 여정’과 문화비축기지 겨울탱크빛축제에서 ‘빛의 바다’를, 그리고 2018년, 2019년에는 서울빛초롱축제 예술감독을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궁금하실 텐데요. 저는 ‘자연이 빌려준 아름다운 한지에 붓과 물감으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그려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은은하게 비치는 따듯한 한지 등(燈)을 보면서 위로와 치유를 받고, 관람객과의 정서적 교감이 이뤄지는 순간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국내 최초의 ‘한지조명연구가’라 어찌 보면 직업도 창직(創職)을 한 셈이죠.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3. 한지조명연구가로서 양천빛축제, 강동선사문화축제 빛 전시 ‘더 선사인’, ‘빛을 품은 금천’ 전시 등 주로 한지를 이용하여 등(燈)을 제작하시는데요, 작업 과정과 함께 등(燈)을 이용하여 빛 축제를 개최하였을 때의 효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한지 등(燈)의 제작 과정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여러 작가들이 참여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게 되는데요. 작업 과정을 보시면, 우선 지지대가 되는 좌대를 우선 만들고 각 파이프와 철사로 모양을 내는 골조작업을 합니다. 동시에 전기 작업을 하고 모양이 완성된 골조에 한지로 배접을 합니다. 배접이 끝나면 물감으로 채색을 한 후에 코팅 작업이 끝나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됩니다.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효과를 중시하기에 한지 등(燈)이라는 소재를 한정해서 작업하진 않습니다. 공간을 직접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고요. 콘셉트에 맞는다면 그 소재가 어떤 것이든 예산과 공간에 맞춰 디자인을 합니다.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진다면 작품의 퀄리티를 위해 새로운 소재를 연구해 적용해 보기도 하죠. 그렇게 개발된 것이 다이크로익 필름으로 제작한 7미터의 ‘모디프의 나비’이고요. 물론, 한지 등(燈을) 대체할 만한 효과적인 소재들은 없기에 순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은 아니지만 한지만의 매력을 살리고 비중을 좀 더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공간 연출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획하고 있고 콘셉트와 테마별 스토리에 따라 디자인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빛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일루미네이션이나 빛 조형물, LED 조형물 등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주남강유등축제처럼 천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흔히 보는 ABR로 제작된 달에 조명을 넣거나 PP나 PE 등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빛 조형물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지 등(燈) 만큼 형태의 사실감과 입체감, 은은한 빛의 색감을 표현해 내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주로 한지 등(燈)을 사용하고 있고요. 다년간 빛 축제와 등 축제를 경험해 본 바로는, 시민들도 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루미네이션이나 LED 조형물보다 한지 등(燈) 작품을 더 선호하시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청계천에서 매년 11월에 열리는 서울빛초롱축제에 17일간 250만 명이 다녀가는 걸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Q4. 등(燈)은 주로 연등축제나, 빛 축제와 같은 대규모의 행사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이 밖에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서 등(燈)은 어느 곳에 활용될 수 있을까요?
A. 2020년에는 한국의 연등행렬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연등회는 세계적으로도 역사가 오래된 축제 중에 하나입니다.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축제 가운데 1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축제를 찾기란 쉽지 않죠. 또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종로 연등축제와 관등놀이가 일 년 중 가장 큰 볼거리란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 초기 성종 때, 한성의 아름다운 풍경 열 개를 정한 한도십영(漢都十詠)에도 사월 초파일의 종로 연등축제인 ‘종가 관등(鐘街觀燈)’이 기록될 정도로 서민들의 삶 속에 뿌리 깊게 내린 세시 풍속이었습니다. 어떤 공예든 공예의 기본은 ‘쓰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공예, 금속공예, 도자기공예처럼 한지공예도 예로부터 우리 생활에 많이 쓰였던 전통적인 소재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한지 등(燈)도 쓰임에 있어서 많은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지를 활용한 다양한 놀이문화를 통해 천년 한지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죠. 서울빛초롱축제나 원주한지문화제, 전주한지문화축제에서 한지 등(燈이) 활용되고 있고 전국적으로 열리는 문화재 야행 사업과 생생 문화제 사업에도 활용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하면 부처님 오신 날(사월 초파일)에 열리는 연등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국의 사찰들에서 다양한 장엄 등(燈)들이 제작되고 전시되고 있으니까요. 요즘에는 가정이나 업소에서 인테리어용으로 한지 방 등과 벽 등, 한지스탠드, 한지 펜던트 등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고요. 공연 소품과 무대 장치 장식처럼 무대 연출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내 건축용으로 한지와 한지공예품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지자체에서는 한지 등(燈)을 활용한 어르신 일자리 창출 사업과 교육사업, 문화 관광상품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야간경관사업과 원도심 재생사업에도 한지등(燈)이 활용되는 건 한지조명연구가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야간 축제와 야간관광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지 등(燈)의 쓰임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5. 최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등 환경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저탄소 배출을 지향하는 친환경 축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기존의 빛 축제가 친환경 축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지구온난화로 인해 친환경 축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친환경 축제라는 명칭 속에는 ‘규제와 자율’이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죠. 친환경 빛 축제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빛 축제에 사용되는 LED를 전기 소모가 적은 발광다이오드 전구로 바꾸거나 조명시스템을 친환경, 에너지 절약 시스템으로 한다거나, 빠른 속도와 점멸, 원색적인 조명은 지양하고 미디어 파사드 장식조명 설치 시에 조망점 및 가시거리를 고려해서 에너지 절약형 조명 설비를 권장한다거나 눈부심과 주변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설치 방식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빛 조형물 제작 방식에서도 플라스틱과 화학적 재료를 자제하고 대나무 등과 같이 자연재료를 활용한 조형물을 제작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리옹 빛 축제는 야간경관조명과 빛 축제가 도시의 경쟁력을 증가시킨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단기간에 특정 장소에서 개최되는 빛 축제는 사회적인 소외계층이나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시민들에게 빛을 통한 삶의 활력과 자부심을 주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회적 조명 개념이 포함된 빛 축제는 시민을 중심에 두고 친환경, 에너지 절약시스템을 구축해 추진되고 있으며, 빛과 문화가 결합되어 도시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 관광 상품으로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Q6. 위드 코로나 시대, 축제의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우리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블랙스완‘이라고 합니다. 2020년 상반기에는 거의 축제가 전멸하다시피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기준으로 전체 968개 축제 중 82%인 795개가 취소됐습니다. 152개는 대안적 방식의 하이브리드형 축제로 개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고 관광객 유치뿐만이 아니라 여행산업과 축제 관련 산업까지도 힘들어진 것이 현실입니다. 하반기에는 ‘랜선’, ‘비대면’, ‘온택트’, ‘하이브리드’라는 신조어가 나오면서 축제 개최 의지와 양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작년 상반기에는 ‘라이브 커머스’, ‘메타버스’, ‘AR’, ‘VR’, ‘실감 콘텐츠’, ‘디지털 트윈 기술’까지 축제의 방향성보다 축제 구현 방식과 플랫폼, 콘텐츠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축제도 목적과 유형, 개최 방식, 축제 장소, 추진 조직이 모두 다르고 이를 즐기는 참여자들의 니즈도 다양합니다. 원주한지문화제나 보령머드축제처럼 축제 기간을 늘리거나 하이브리드 형태로 개최해도 좋습니다. 올해 문화재청에서 지원하는 36개 지자체의 문화재 야행처럼 기존 오프라인 축제에 온라인의 비중을 더 두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런 코로나 시대에도 오프라인 축제를 지향하고 새로운 실험을 하는 축제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춘천마임축제는 오프라인 축제를 베이스로 소규모 분산 개최를 하고 축제 기간을 연장해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도전을 한 축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로 현장에서 일하시는 실무자들의 업무는 늘어났지만 축제 방식은 좀 더 다양화되고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축제에서 끊임없이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물리적, 시간적, 공간적 확장을 꾀할 수 있는 것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IT 강국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2년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축제의 분산과 장기화, 형식의 파괴, 일상형 축제와 전시형 축제로의 전환 등 다양한 실험을 지속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축제는 계속적으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축제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경험들, 축제를 축제답게 만드는 핵심적인 가치들을 방문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대동성이나 일탈성, 놀이성을 온라인으로 과연 전달이 가능한가를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린 지금 축제를 보면서 실제로는 집에서 ’나 혼자 함께(Alone together)‘라는 형용모순적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축제의 개최 방식과 콘텐츠보다 축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미션을 분명히 하는 내적인 성장을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다가올 위드 코로나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본이 탄탄한 축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축제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다른 축제와는 차별화된 독창성이 있고, 지역의 전통문화와 주민 정서가 반영된 일관성,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Q7. 감독님의 축제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생각하는 축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삶’입니다. 우리 주변에 축제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될까요? 이는 상상하기도 끔찍할 정도로 큰 사회적 재앙이 되겠죠. 우리는 흔히 축제의 본질을 ‘공동체’와 ‘놀이’라고 얘기합니다. 전 더 세분화해서 축제의 본질은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축제의 주인은 축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명제부터 바로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어떤 사람일까요? 바로 그 지역에 사는 지역주민들입니다. 실제 축제를 만들면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얼마나 묻고 계시나요? 이런 축제를 좋아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축제를 만들고 있진 않은가요? 축제 전문가나 대행사, 공무원분들이 원하는 것이 진정 주민을 위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핑계로 판박이 축제를 만들고 계신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요새 이런 게 유행이더라”, “이런 걸 하면 주민들이 좋아할 거야”, “우리 과장님이 이걸 좋아하세요” 이런 말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관 주도 방식의 성과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린 축제 성공의 공식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참여’입니다. 그런데 왜 축제가 힘들어질까요? 아무리 축제가 알려지고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해도 그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지 않는 축제는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1개월 만에 축제를 기획하고 3개월 만에 실행하는 축제! 주민 참여가 가능한가요? 우린 시간과 무엇을 바꾸고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커피 한잔할까요?’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주인공이 수백 번 커피를 내리는 걸 본 사장님이 던지는 대사죠. “버튼만 누르면 나오는 게 맞아. 그 버튼을 누르기까지 수많은 노력들이 가려지는 게, 그게 좀 아쉬운 거지”라고 말이죠. 우린 축제를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더라도, 예산이 적더라도, 주최 측의 말도 안 되는 제안에도, 이 축제를 즐길 시민들만 보면서 우린 좀 더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축제장은 행복을 파는 곳이 아니라 주민이 행복을 사시는 곳입니다. 관광객이 아닌 주민으로 관점을 바꾸어낸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Q8. 감독님의 앞으로의 포부나 목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지금은 코로나로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만,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천 년 한지를 기반으로 한 놀이문화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단순 전시가 아닌 퍼레이드를 통한 대표 프로그램의 공유와 참여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추진할 계획입니다. 제가 기획하는 축제의 롤 모델은 일본 아오모리현의 네부타 마쯔리입니다. 네부타 마쯔리는 축제 기획부터 참여, 평가까지 모든 과정에 지역민의 높은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입니다.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네부타 제작 비용 모금뿐 아니라 직접 제작과 자원봉사 활동까지 참여하고 있고 주민 모두가 기획자이자 참여자로 마을의 전통이 선순환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축제입니다. 어린이 네부타를 통해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축제 참여가 마을의 전통이 되는 지속 가능한 축제로 이어지고 있죠. 또한, 지역 이미지 구축과 지속적인 관광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축제가 아닌 기간에도 상설 전시장을 운영하고 지역의 네부타 장인들이 전시장에 상주하여 다양한 체험과 관광 상품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놀이문화의 전통과 축제의 정신을 오랜 시간 계승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등(燈) 마을을 만드는 것이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입니다. 아마,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A. 앞으로 국가적 재난이라고 불리는 사회 재난과 자연재난은 줄어들기보다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과 기후변화, 자연 파괴, 환경문제, 전염병과 가축 질병 등 기후와 환경이 급속히 변화할수록 사회 재난과 자연재난은 늘어날 것입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자발적으로 축제를 취소합니다. 그로 인해 축제산업 생태계는 파괴되고 축제산업 종사자들은 암흑기를 보내게 됩니다. 대부분의 축제 전문가들이 축제가 관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가나 지방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이루어지는 축제 지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는 점을 정책적으로 반영해야 할 때입니다. 영국의 사례처럼 축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축제 기획사나 예술 단체들이 문화예술 생태계의 당당한 한 축으로 존중받는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또한,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축제 취소로 인한 적자와 기회비용,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해 보상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만들고 이벤트산업발전법 제정을 통해 이벤트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벤트가이드) 임영택 재미있는 등이야기 그림토리 예술감독
임영택 축제감독/공간조명연출가/한지조명연구가/재미있는 등(燈)이야기 그림토리 예술감독
자연이 빌려준 아름다운 한지에 붓과 물감으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그리다
“우린 축제를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더라도, 예산이 적더라도, 주최 측의 말도 안 되는 제안에도, 이 축제를 즐길 시민들만 보면서 우린 좀 더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축제장은 행복을 파는 곳이 아니라 주민이 행복을 사시는 곳입니다. 관광객이 아닌 주민으로 관점을 바꾸어낸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Q1. 안녕하십니까, 임영택 감독님. 임인년(壬寅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희 독자들께 2022년 새해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벤트가이드 구독자 여러분, ‘재미있는 등(燈)이야기, 그림토리’에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임영택입니다. 임인년(壬寅年)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축제 관련 종사자분들도 어느 해보다 ‘단단하고, 당당하고, 담담하게’ 나아가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Q2. 현재 재미있는 등(燈)이야기 그림토리에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주요활동과 더불어 감독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2002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행사 기획팀장으로 이벤트를 시작해 2007년에 제88회 전국체전(광주) 개·폐회식 연출 감독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체험 홍보관 총감독을 마치고 2011 서울등축제에서 우연히 한지 등(燈)의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 후로 한지 등(燈)을 배우게 되었고요. 축제 감독 일을 하면서 ‘한지조명연구가‘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축제 감독보다 한지조명연구가로 더 많은 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해외 작품 중에는 2016 영국 토털리 템즈라는 축제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의 제작 감독을 했고요. 템스강에 한 달 동안 우리의 한지등(燈)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의미가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2020년에는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더베이 중추절 등(燈)축제에 초청받아 ‘왕가의 산책’이라는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작년에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제관의 초청작가로 참여해 ‘쿤타치’연을 전시했고요. 그 외에도 2021원주한지문화제에서 ‘상상의 바다’를, 2020년에는 제1회 국립극장 70주년 기념 빛 축제 ‘빛의 여정’과 문화비축기지 겨울탱크빛축제에서 ‘빛의 바다’를, 그리고 2018년, 2019년에는 서울빛초롱축제 예술감독을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궁금하실 텐데요. 저는 ‘자연이 빌려준 아름다운 한지에 붓과 물감으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그려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은은하게 비치는 따듯한 한지 등(燈)을 보면서 위로와 치유를 받고, 관람객과의 정서적 교감이 이뤄지는 순간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국내 최초의 ‘한지조명연구가’라 어찌 보면 직업도 창직(創職)을 한 셈이죠.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3. 한지조명연구가로서 양천빛축제, 강동선사문화축제 빛 전시 ‘더 선사인’, ‘빛을 품은 금천’ 전시 등 주로 한지를 이용하여 등(燈)을 제작하시는데요, 작업 과정과 함께 등(燈)을 이용하여 빛 축제를 개최하였을 때의 효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한지 등(燈)의 제작 과정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여러 작가들이 참여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게 되는데요. 작업 과정을 보시면, 우선 지지대가 되는 좌대를 우선 만들고 각 파이프와 철사로 모양을 내는 골조작업을 합니다. 동시에 전기 작업을 하고 모양이 완성된 골조에 한지로 배접을 합니다. 배접이 끝나면 물감으로 채색을 한 후에 코팅 작업이 끝나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됩니다.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효과를 중시하기에 한지 등(燈)이라는 소재를 한정해서 작업하진 않습니다. 공간을 직접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고요. 콘셉트에 맞는다면 그 소재가 어떤 것이든 예산과 공간에 맞춰 디자인을 합니다.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진다면 작품의 퀄리티를 위해 새로운 소재를 연구해 적용해 보기도 하죠. 그렇게 개발된 것이 다이크로익 필름으로 제작한 7미터의 ‘모디프의 나비’이고요. 물론, 한지 등(燈을) 대체할 만한 효과적인 소재들은 없기에 순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은 아니지만 한지만의 매력을 살리고 비중을 좀 더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공간 연출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획하고 있고 콘셉트와 테마별 스토리에 따라 디자인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빛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일루미네이션이나 빛 조형물, LED 조형물 등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주남강유등축제처럼 천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흔히 보는 ABR로 제작된 달에 조명을 넣거나 PP나 PE 등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빛 조형물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지 등(燈) 만큼 형태의 사실감과 입체감, 은은한 빛의 색감을 표현해 내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주로 한지 등(燈)을 사용하고 있고요. 다년간 빛 축제와 등 축제를 경험해 본 바로는, 시민들도 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루미네이션이나 LED 조형물보다 한지 등(燈) 작품을 더 선호하시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청계천에서 매년 11월에 열리는 서울빛초롱축제에 17일간 250만 명이 다녀가는 걸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Q4. 등(燈)은 주로 연등축제나, 빛 축제와 같은 대규모의 행사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이 밖에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서 등(燈)은 어느 곳에 활용될 수 있을까요?
A. 2020년에는 한국의 연등행렬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연등회는 세계적으로도 역사가 오래된 축제 중에 하나입니다.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축제 가운데 1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축제를 찾기란 쉽지 않죠. 또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종로 연등축제와 관등놀이가 일 년 중 가장 큰 볼거리란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 초기 성종 때, 한성의 아름다운 풍경 열 개를 정한 한도십영(漢都十詠)에도 사월 초파일의 종로 연등축제인 ‘종가 관등(鐘街觀燈)’이 기록될 정도로 서민들의 삶 속에 뿌리 깊게 내린 세시 풍속이었습니다. 어떤 공예든 공예의 기본은 ‘쓰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공예, 금속공예, 도자기공예처럼 한지공예도 예로부터 우리 생활에 많이 쓰였던 전통적인 소재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한지 등(燈)도 쓰임에 있어서 많은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지를 활용한 다양한 놀이문화를 통해 천년 한지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죠. 서울빛초롱축제나 원주한지문화제, 전주한지문화축제에서 한지 등(燈이) 활용되고 있고 전국적으로 열리는 문화재 야행 사업과 생생 문화제 사업에도 활용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하면 부처님 오신 날(사월 초파일)에 열리는 연등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국의 사찰들에서 다양한 장엄 등(燈)들이 제작되고 전시되고 있으니까요. 요즘에는 가정이나 업소에서 인테리어용으로 한지 방 등과 벽 등, 한지스탠드, 한지 펜던트 등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고요. 공연 소품과 무대 장치 장식처럼 무대 연출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내 건축용으로 한지와 한지공예품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지자체에서는 한지 등(燈)을 활용한 어르신 일자리 창출 사업과 교육사업, 문화 관광상품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야간경관사업과 원도심 재생사업에도 한지등(燈)이 활용되는 건 한지조명연구가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야간 축제와 야간관광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지 등(燈)의 쓰임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5. 최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등 환경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저탄소 배출을 지향하는 친환경 축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기존의 빛 축제가 친환경 축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지구온난화로 인해 친환경 축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친환경 축제라는 명칭 속에는 ‘규제와 자율’이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죠. 친환경 빛 축제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빛 축제에 사용되는 LED를 전기 소모가 적은 발광다이오드 전구로 바꾸거나 조명시스템을 친환경, 에너지 절약 시스템으로 한다거나, 빠른 속도와 점멸, 원색적인 조명은 지양하고 미디어 파사드 장식조명 설치 시에 조망점 및 가시거리를 고려해서 에너지 절약형 조명 설비를 권장한다거나 눈부심과 주변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설치 방식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빛 조형물 제작 방식에서도 플라스틱과 화학적 재료를 자제하고 대나무 등과 같이 자연재료를 활용한 조형물을 제작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리옹 빛 축제는 야간경관조명과 빛 축제가 도시의 경쟁력을 증가시킨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단기간에 특정 장소에서 개최되는 빛 축제는 사회적인 소외계층이나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시민들에게 빛을 통한 삶의 활력과 자부심을 주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회적 조명 개념이 포함된 빛 축제는 시민을 중심에 두고 친환경, 에너지 절약시스템을 구축해 추진되고 있으며, 빛과 문화가 결합되어 도시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 관광 상품으로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Q6. 위드 코로나 시대, 축제의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우리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블랙스완‘이라고 합니다. 2020년 상반기에는 거의 축제가 전멸하다시피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기준으로 전체 968개 축제 중 82%인 795개가 취소됐습니다. 152개는 대안적 방식의 하이브리드형 축제로 개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고 관광객 유치뿐만이 아니라 여행산업과 축제 관련 산업까지도 힘들어진 것이 현실입니다. 하반기에는 ‘랜선’, ‘비대면’, ‘온택트’, ‘하이브리드’라는 신조어가 나오면서 축제 개최 의지와 양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작년 상반기에는 ‘라이브 커머스’, ‘메타버스’, ‘AR’, ‘VR’, ‘실감 콘텐츠’, ‘디지털 트윈 기술’까지 축제의 방향성보다 축제 구현 방식과 플랫폼, 콘텐츠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축제도 목적과 유형, 개최 방식, 축제 장소, 추진 조직이 모두 다르고 이를 즐기는 참여자들의 니즈도 다양합니다. 원주한지문화제나 보령머드축제처럼 축제 기간을 늘리거나 하이브리드 형태로 개최해도 좋습니다. 올해 문화재청에서 지원하는 36개 지자체의 문화재 야행처럼 기존 오프라인 축제에 온라인의 비중을 더 두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런 코로나 시대에도 오프라인 축제를 지향하고 새로운 실험을 하는 축제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춘천마임축제는 오프라인 축제를 베이스로 소규모 분산 개최를 하고 축제 기간을 연장해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도전을 한 축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로 현장에서 일하시는 실무자들의 업무는 늘어났지만 축제 방식은 좀 더 다양화되고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축제에서 끊임없이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물리적, 시간적, 공간적 확장을 꾀할 수 있는 것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IT 강국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2년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축제의 분산과 장기화, 형식의 파괴, 일상형 축제와 전시형 축제로의 전환 등 다양한 실험을 지속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축제는 계속적으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축제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경험들, 축제를 축제답게 만드는 핵심적인 가치들을 방문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대동성이나 일탈성, 놀이성을 온라인으로 과연 전달이 가능한가를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린 지금 축제를 보면서 실제로는 집에서 ’나 혼자 함께(Alone together)‘라는 형용모순적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축제의 개최 방식과 콘텐츠보다 축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미션을 분명히 하는 내적인 성장을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다가올 위드 코로나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본이 탄탄한 축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축제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다른 축제와는 차별화된 독창성이 있고, 지역의 전통문화와 주민 정서가 반영된 일관성,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Q7. 감독님의 축제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생각하는 축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삶’입니다. 우리 주변에 축제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될까요? 이는 상상하기도 끔찍할 정도로 큰 사회적 재앙이 되겠죠. 우리는 흔히 축제의 본질을 ‘공동체’와 ‘놀이’라고 얘기합니다. 전 더 세분화해서 축제의 본질은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축제의 주인은 축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명제부터 바로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어떤 사람일까요? 바로 그 지역에 사는 지역주민들입니다. 실제 축제를 만들면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얼마나 묻고 계시나요? 이런 축제를 좋아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축제를 만들고 있진 않은가요? 축제 전문가나 대행사, 공무원분들이 원하는 것이 진정 주민을 위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핑계로 판박이 축제를 만들고 계신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요새 이런 게 유행이더라”, “이런 걸 하면 주민들이 좋아할 거야”, “우리 과장님이 이걸 좋아하세요” 이런 말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관 주도 방식의 성과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린 축제 성공의 공식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참여’입니다. 그런데 왜 축제가 힘들어질까요? 아무리 축제가 알려지고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해도 그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지 않는 축제는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1개월 만에 축제를 기획하고 3개월 만에 실행하는 축제! 주민 참여가 가능한가요? 우린 시간과 무엇을 바꾸고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커피 한잔할까요?’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주인공이 수백 번 커피를 내리는 걸 본 사장님이 던지는 대사죠. “버튼만 누르면 나오는 게 맞아. 그 버튼을 누르기까지 수많은 노력들이 가려지는 게, 그게 좀 아쉬운 거지”라고 말이죠. 우린 축제를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더라도, 예산이 적더라도, 주최 측의 말도 안 되는 제안에도, 이 축제를 즐길 시민들만 보면서 우린 좀 더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축제장은 행복을 파는 곳이 아니라 주민이 행복을 사시는 곳입니다. 관광객이 아닌 주민으로 관점을 바꾸어낸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Q8. 감독님의 앞으로의 포부나 목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지금은 코로나로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만,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천 년 한지를 기반으로 한 놀이문화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단순 전시가 아닌 퍼레이드를 통한 대표 프로그램의 공유와 참여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추진할 계획입니다. 제가 기획하는 축제의 롤 모델은 일본 아오모리현의 네부타 마쯔리입니다. 네부타 마쯔리는 축제 기획부터 참여, 평가까지 모든 과정에 지역민의 높은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입니다.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네부타 제작 비용 모금뿐 아니라 직접 제작과 자원봉사 활동까지 참여하고 있고 주민 모두가 기획자이자 참여자로 마을의 전통이 선순환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축제입니다. 어린이 네부타를 통해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축제 참여가 마을의 전통이 되는 지속 가능한 축제로 이어지고 있죠. 또한, 지역 이미지 구축과 지속적인 관광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축제가 아닌 기간에도 상설 전시장을 운영하고 지역의 네부타 장인들이 전시장에 상주하여 다양한 체험과 관광 상품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놀이문화의 전통과 축제의 정신을 오랜 시간 계승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등(燈) 마을을 만드는 것이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입니다. 아마,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A. 앞으로 국가적 재난이라고 불리는 사회 재난과 자연재난은 줄어들기보다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과 기후변화, 자연 파괴, 환경문제, 전염병과 가축 질병 등 기후와 환경이 급속히 변화할수록 사회 재난과 자연재난은 늘어날 것입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자발적으로 축제를 취소합니다. 그로 인해 축제산업 생태계는 파괴되고 축제산업 종사자들은 암흑기를 보내게 됩니다. 대부분의 축제 전문가들이 축제가 관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가나 지방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이루어지는 축제 지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는 점을 정책적으로 반영해야 할 때입니다. 영국의 사례처럼 축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축제 기획사나 예술 단체들이 문화예술 생태계의 당당한 한 축으로 존중받는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또한,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축제 취소로 인한 적자와 기회비용,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해 보상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만들고 이벤트산업발전법 제정을 통해 이벤트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벤트가이드) 임영택 재미있는 등이야기 그림토리 예술감독